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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고자라니!

내가 고자라니 은(는) 훼이크고 내가 대학생이라니!


한국에서도 하지 못했던 대학교 합격을 드디어 이국 헝가리에서 이뤄냈다.

사실 면접 봤을 때 이미 붙지 않았나.. 하는 느낌을 여러모로 받았었다.

면접 담당하신 교수님도 “너님이 영어 점수는 진짜 좋고 생물 점수도 괜찮으니 왠만하면 합격할듯” 이라고 하셨었고, “화학 점수가 조금 모자른데 영어를 잘하니 금방 따라 잡을거라 생각한다”, “혹시라도 방학 때 화학 보충 수업을 들을 생각이 있나?” 이런 식으로 말씀하신데다가 내가 신경외과의(Neurosurgeon)이 되고 싶다고 했는데 하필이면 그 교수님이 신경외과 소속이셨다(!) 게다가 인터뷰 끝날 때는 “축하한다(Congratulations)”라고 하셨으니..ㅋㅋ

솔직히 보통 이런 경우라면 대개 다 합격을 확신하게 되지만 워낙에 그동안 배신(?)을 많이 당해왔던 나로서는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신중한 자세를 견지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내가 설레발 치면 한 설레발 하니까..) 그래서 부모님한테도 합격할거라고 얘기하지도 않았다.

여튼 그래서 긴장감을 겪는 시간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어젯밤에 최대한 늦게 자고(새벽 3시쯤 잤다) 아침에 최대한 늦게 일어나는 전법(오전 10시쯤 일어남)을 썼는데 샤워하려고 화장실에 들어가서 몸에 물을 뿌리는 순간 현관문에 노크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덕분에 몸에서 물이 뚝뚝 떨어지는 상태로 허겁지겁 옷(이라고 해봐야 집에서 엄청 편하게 입고 지내는 LG 유니폼과 츄리닝 반바지)을 챙겨 입고 문을 열었더니

옆 집 막내가 수줍게 러브레터가 담긴 핑크색 은(는) 훼이크고 대학교 마크가 붙어있고 내 이름이 선명하게 쓰여진 작은 편지 봉투를 하나 건내줬다.

“형 그거 결과래요”
“호옹이?*”
“한번 확인해보세요. 전 떨어졌어요 ㅜㅜ”
“아..”

막내가 떨어졌단 말에 왠지 모를 불안감이 온몸을 휘감았다. 아무래도 막내는 이과 출신인데다가 영어만 빼면 나보다 시험을 잘봤으니까.. 막내가 떨어졌다면 나도 떨어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순간 편지 봉투 뜯기를 망설였지만 어차피 언젠가는 확인해야 하는거니까 편지 봉투를 열었다. 그러자 작은 글씨로 뭔가 빼곡히 쓰여진 편지 한 장이 나왔다. 뭔가 생각하기도 전에 이미 내 눈은 글씨들을 읽고 있었다.


Dear Mr Kim,
 
This is to notify you that you have met the admssion requirements and you have been admitted to the first semester of the six-year English Program in General Medicine at the University of Pecs, Medical School in the academic year 2010/2011 if the undermentioned conditions are fulfilled.

YOU HAVE BEEN ADMITTED

= 너님 합격했다능 ‘ㅅ’


“호옹이!!!”

라고 외치고 싶었지만 시험에 떨어진 막내가 앞에 있는 상황에서 대놓고 기뻐할 순 없었으므로 일단 자제를 하고 막내에게 위로의 한마디를 해줬다. 그리고 전해줘서 고맙다고 한 뒤 막내가 돌아가자마자 문 옆에 붙어있는 거울을 보며 바로 봉중근 스타일의 세레모니를 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Fyah!!



이제 가짜 유학생에서 진짜 헝가리 유학생이 되었습니다.

1 thought on “내가 고자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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