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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릇을 키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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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릇이 작다.




문득 나 자신에 대해서 내가 들은 생각이다.




지금까지 난 내가 뭐든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머리도 다른 사람에 비해서 좋은 편이고ㅡ나 자신이 사이비 과학이라고 비웃는 IQ 수치가 148이라고 자랑하고 다닐 정도니ㅡ집안도 괜찮은 편이고 또 돈이 없는 것도 아니며 내 또래에 비해서 많은 것을 알고 있으니 최소한 굶어 죽을 일은 없고, 일을 하면 무조건 큰일을 할 거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오늘 인터넷에서 지인들과 대화하다가 술 얘기가 나와서 내 자랑을 좀 했다. 지난 1월 21일부터 25일까지 일본에 다녀왔을 때, 밤마다 가장 술을 많이 마셨던 게 나라고. 그만큼 장부답다고 자랑을 했다. 그리곤 ‘인증’ 찾는다고 다른 일행들 미니홈피를 돌아다니며 난 허탈해질 수밖에 없었다. 다들 술에 대해선 일체의 언급도 없는 것이다.




난 일본에서 단순히 놀고먹고 마시다 왔다. 그런데 그 친구들의 미니홈피엔 다들 하나같이 뭔가 느꼈다던가, 아니면 자기 자신에 대한 새로운 다짐들이 쓰여 있었다. 난 원자력이나 여러 과학 기술들에 대한 설명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버렸다. 하지만 그들은 그런 것을 통해 한국과 일본의 차이, 우리나라가 나아가야할 길 등을 생각하고 있었다. 내가 정치에 대해 떠들어대며 술안주나 될법한 뜬구름 잡는 얘기를 할 때 다른 이들은 실제적인 대안에 대해서 말했다.




교회에서 이렇게 배웠다. 신자들은 예수님을 마음의 주인으로서 영접해야하기 때문에 예수님께서 원하시는 행동을 해야 한다고. 그렇기 때문에 술이나 담배는 해선 안 된다고 했다. 성령을 담는 그릇이 돼야 하기 때문에 깨끗해야 한다고. 이게 꼭 신앙생활에만 적용되는 내용은 아니다. 사람은 어떤 일에 맞는 재료를 담기 위한 그릇이 되어야 한다. 공부를 하는 사람은 공부를 통해 익힌 지식을 그릇에 담고, 운동을 하는 사람은 강인한 육체와 정신력으로 그릇을 가꾼다.




하지만 언제부턴지 매너리즘에 빠져버린 나는 그것을 잊고 있었다. 그냥 적당히 공부하고 적당히 놀다가 꼭 필요할 때 조금 더 열심히 하면 좋은 대학 간다. 이런 생각을 가지고 나는 내 그릇을 닦는 일을 게을리 했던 것이다. 그래서 남들이 뭔가 느끼며 자신을 되돌아보는 동안 술이나 마시고 놀고 있었다. 공부도 마찬가지다. 적당히 하면서 남들을 보며 그래도 나는 이 정도는 했지 하고 자위했다.




이래선 안 된다.


변해야 한다.


내 그릇을 키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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