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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en life gives you lemons, make lemonades


나에게 이 숙어(idiom)를 가르쳐 준 주옥 같은 명대사. (출처: <Portal 2>)

 오랜만에 집에서 커피까지 마시면서 열심히 공부하겠다고 Chemistry MRT (Minimum Requirement Test) 답안이 정리된 자료들을 책상 위에 다 펴놓고, MRT 문제들이 적힌 종이에 답을 옮겨 적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이러한 작업을 이번 학기 내내 해서 문제가 인쇄된 A4용지의 여백 중 8할 이상이 다 답에 해당하는 펜 글씨로 빼곡히 채워진 상태였다.

 공부하다보니 피곤해서 잠깐 누워있겠다고 책상 위에 있던 노트북을 침대로 가져가겠다고 옮기다가 책상 위에 있던 커피 잔이 노트북 배터리 선에 걸려서 엎어져 버렸다. 한 모금도 채 제대로 마시지 못한 내 커피는 고스란히 책상 위에 깔려있던 A4 용지들에 흡수 되었고, 가장 큰 피해는 커피를 거의 온 몸으로 받아내야 했던 MRT 문제지가 입었다. 덕분에 이번 학기동안 그나마 내가 한 공부의 상징이었던 문제지에 커피의 갈색 물이 물든 것은 물론이요 수성 잉크는 그야말로 물 만난 듯 이곳저곳 번지게 되었다.

 나는 이번 학기 동안 내가 그나마 해놓은 유일한 업적이 물거품이 되어버린 것 같아서 속이 상했다. 쏟아진 커피를 다 치우고 아까의 피곤함과 하던 일을 다 날려버린 허망함, 그리고 뒷정리의 피로가 겹쳐서 나는 침대 위로 쓰러져서 그대로 2시간을 자버렸다. 그렇게 일어난 내 머리 속을 스치는 엊그제 배운 영어 한 문장이 있었다. “When life gives you lemons, make lemonades.” 그 말인즉슨, “삶이 그대에게 어려움(lemon으로 대변되는)을 줄지라도 그로 인해 노여워하거나 좌절하거나 포기하지 말고 그 어려움을 극복해서 뭔가 좋은 결과(lemonade로 대변되는)를 만들어 내라는 뜻이다. 우리말의 화로써 복을 만들어낸다(轉禍爲福)”와 일맥상통 한다고 할 수 있다.

 그 말을 떠올린 나는 레모네이드를 만들기로 했다. 다시금 문제지를 인쇄하고 이번에는 문제지뿐만이 아니라 외우는 걸 더 용이하도록 암기 카드(Flash card) 또한 만들기로 하였다. 이러한 계획이 맛있는 레모네이드를 만들어낼지, 아니면 다시금 실패의 쓴 맛을 내는 잔이 될 지는 내 노력 여하에 달려있을 것이다.

 그리고 나는 잠으로 버린 시간을 만회하기 위해 또 다른 커피 한 잔을 내려서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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