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ain’t over ’till it’s over.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것이 아니다.
요기 베라가 남긴 숱한 명언(Yogism) 중에 가장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학기는 끝났다!
더불어 내 애매한 상황과도 작별할 시간이다.
풍악! 풍악! 풍악을 더 크게 울려라!
그동안 나를 잘 모르는 사람들과 대화를 할 때면 다음과 같은 플로우 차트를 따르곤 했다.
Q: 하는 일이 뭐예요?
A: 유학생 입니다.
Q: 오, 어디 유학생? 전공은 뭐예요?
A: 헝가리에서 의대 다니고 있습니다.
Q: 그러면 몇 학년? 무슨 과 하고 있어요/싶어요?
A: ……
이렇듯 세번째 질문에서 꼭 말문이 막혔다. 그럴만도 했다. 헝가리에 유학 간 지 어언 7년차가 되었는데, (물론 중간에 2년 플러스 알파가 공익 복무 기간과 부수적인 시간으로 나갔지만!) 유급과 휴학 등으로 인해 이제 고작 2.5학년이라고 얘기하는 것만큼 부끄러운 일이 어디있는가.
가장 친한 사람들에게도 내가 몇 학년인지, 뭘 하고 싶은지에 대해서 정확하게 답해본지 꽤 된 것 같다. 오히려 친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대충 얼버무리고 말지만, 개인적으로 잘 알게된 사람들에게는, 특히나 내 약점을 보여주는게 민감하다고 여겨지는 사람들 (이성이라든가, 이성이라든가, 이성이라든가) 에게는 뭐라고 대답할 지 몰랐다.
이런 일은 이제 오늘부로 작별을 고하려고 한다.
2014년 6월 말. 진짜 학교를 그만 둘 각오로 도망쳐서 집으로 돌아가던 때.
3년 전 이맘때 나에게 크나큰 좌절감을 안겨주었고 과목. 공익 복무 하는 와중에도 그 마수로부터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던 과목. Neuroanatomy 를 통과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와 함께 우리 학교 Basic Module 에 해당하는 전공 필수 과목을 모두 끝냈다. 이제 앞으로 물어보는 사람이 있으면 정확하게 대답해줄 수 있는 상황이 되었다.
A: 의대 몇 년 다니다가 치대로 바꿔서 4년 더 다녀야 하고요, Preclinical 하고 있어요.
(여전히 길고 변명 같긴 하다만..)
아직 치대로 편입하기 위한 정식 행정 절차를 밟기도 해야하고, 그러고 나서도 몇 년을 더 다녀야 하고, 또다시 문제 생겨서 유급하는 일 없이 무사 졸업 한다고 해도 서른을 넘기고 학교 다닌 기간의 합이 10년을 넘어가겠지만.. 그래도 당장 “유급생”의 딱지를 떼고 새 출발을 하는 것 같아서 너무나도 기분이 좋다.
물론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니까 계속 최선을 다할 것이다.
일방적으로 지던 경기에서 뒤늦게 추격점을 내서 분위기를 바꾸긴 했지만 여전히 경기는 많이 남아있으니까.
It ain’t over ’till it’s ov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