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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동안 이렇게 아픈 적이 없었는데 오늘은 왜 이렇게 아파?”

“나이가 들고 성공한 남성 일수록 자기만의 고집이 강하다” 라는 편견이 있다. 오늘 그걸 절실히 느끼게 하는 환자 분 한 분을 만났다. 노년의 문턱에 있는 나이에, NHS가 아니라 Private 치료만 받으시며, 폴로티, 면바지를 입고 롤렉스를 차고 다니는 그런 분이었다. 보통 6개월이나 1년에 한번 받으라고 권장하는 스케일링을 흔치않게 3개월 만에 받으러 오셔서 무슨 일인가 했더니 담당의(40년 경력의 치과 원 주인)가 보내서 오셨단다.

치석이 얼마 없겠거니 하고 스케일링을 시작했는데 웬걸. 3개월 전에 스케일링 받으셨다는게 안 믿길정도로 군데군데 플라크와 치석이 껴있었고 덕분에 잇몸은 빨갛게 부어있었다. 처음에 시원시원하게 말씀 하셔서 조금 아파도 잘 참고 잘 지나가시려니 하고 열심히 스케일링을 했다. 그런데 몇번을 아픈 티를 내시더니 기어코는 아예 나를 멈추게 하시고는 다음과 같이 말씀하시는 거였다. “내가 수십년 동안 여기 다니면서 3개월 마다 한번씩 꼬박꼬박 받았는데 이렇게 아픈 적이 없었다. 뭔가 잘못 하고 있는거 아니냐?” 이 말을 듣자마자 짜증이 나지 않았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헝가리에서부터 몇년동안 온갖 환자들을 다 스케일링 해왔고 영국에 와서도 주말에 스케일링 예약만 전담하는 역할도 할 정도로 열심히 해온 나, 오죽 스케일링을 열심히 하면 그걸로 환자 분들이 좋은 리뷰를 남겨줄 정도인 나한테 저런 말을 한다니. 그래도 차분하게 설명드렸다. 선생님 잇몸이 많이 부어있는 상태라서 많이 아프신거고 지금 그 원인인 플라크랑 치석을 제거 중이니 조금만 참아주시면 금방 개선 될겁니다, 하고 말씀 드렸다.

“치실질은 자주 하시나요?”
“치실질 같은건 안하고 더 좋은 도구를 쓰지”
“그게 뭔데요?”
“스페인에서 사온건데 플라스틱으로 된 이쑤시개 같은거야”
“…”

세상에. 플라크와 치석은 하나도 제거 못하고 잇몸만 신나게 붓게 만드는 이쑤시개를 쓰고 있었다니. 순간 기가 차서 한숨이 나오는 줄 알았다. 열심히 설명 드렸다. 이쑤시개는 잇몸을 상하게 하기로 유명하다. 치실질이 어려우면 치간칫솔을 사용해보셔도 좋다. 방금까지 날 기분 나쁘게 했다는 사실은 잊고 본업에 충실하게 여러가지 설명을 드렸다. 그리고 돌아온 대답은?

“No. 그동안 안아프고 잘 해왔는데 왜 바꿔야해?”

정말 내가 가지고 있던 편견을 엄청나게 강화하는 한마디셨다.

덕분에 나는 입을 닫고 일에만 집중하기로 했다. 치아 사이사이와 잇몸을 깨끗하게 해드리는게 목표가 아니라 그저 안아프시게, 클레임 넣는 일이 없으시게 하겠다는 마음가짐과 함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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