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시험기간도 3일하고 3시간 밖에 남지 않았다
원래 목표는 6월 15일까지 귀국하는 거였는데 시험기간이 이리 말리고 저리 말리다보니 시험들이 시험기간 끝까지 꽉꽉 밀리게 되었다. 첫 계획에서 시험을 끝내는게 6월 8일이었으니 예상보다 3주 넘게 밀린 것이었다. (2학기라고 누적 공부해야하고 히스토 아나토 추가된게 이렇게 어려울 줄이야.. 거기다가 질병학epidemiolgy이라는 복병을 만났으니)
결국 그 중 한 과목인 아나토미는 시간 부족 및 공부 허술을 이유로 C찬스까지 써보지도 못하고 이번 월요일부로 공식적으로 Fail 처리 되었다. (조금이라도 아는게 있었으면 C찬스에 걸어봤을텐데.. 다른건 몰라도 Body Work가 전혀 안된다. Dissection 시간에 다른 사람들 것도 열심히 쳐다볼껄..) 이제 내가 다음 학기로 무사히 넘어가느냐 아니냐는 8월 30일~9월 2일 사이에 있는 pre-scheduled exam에 달려있다. 주여 도우소서 ㅠㅠ
그리고 오늘 기적적으로 히스토를 패스하고 이제 남은 한과목인 금요일 케미 C찬스만 보면 정말로 시험기간이 끝이다. 내일하고 모레는 열심히 학교에서 MRT를 외우는 걸로 하루를 보내야겠다. 꼭 붙어서 방학동안 걱정해야할 과목은 아나토미 하나로 해야겠다. 아나토는 떨어졌지만 진짜 히스토 하나 붙은게 마음에 여유와 일말의 자신감을 되찾아주었다. 정말로 다행이다.
참 어떻게 보면 기적같이 보낸 시험기간이다. 이곳저곳에서 변수가 생각보다 많았고 (심지어 지난주 목금토 내내 아파서 쓰러져있었다.. 리조또 하나에 급체해서 말이다 ㅠㅠ 덕분에 아나토 공부할 시간이 없어서 아나토는 하늘로..) 그동안의 공부 태도에 대해서 많은 것을 반성하게 한 시간이었다. 과목 수가 늘어난만큼 더 노력을 했어야 하는데 지난 시험기간에 (사실 지난 시험기간은 도대체 어떻게 패스했던건지 나 스스로가 궁금할 정도다) 했던 것과 다를게 없는 수준으로 공부를 하다보니 그야말로 이도저도 아니게 되었다. 시험 스케쥴을 짜는데 있어서도 뼈아픈 교훈을 얻었다. 절대 첫 시험을 케미로 잡지 말 것! 목요일에만 있는 케미 때문에 이리저리 스케쥴을 맞추고 바꾸다보니 말린게 절실하게 느껴진다.
항상 초여름이면 찾아오는 진로에 대한 고민도 히스토를 붙고 나니 싹 사라졌다. 그래, 내가 이걸 1년동안 해왔는데 이제와서 무슨 다른 구원을 찾겠나, 싶다. 적성의 부족이 아니라 노력의 부족이다. 대학 공부란건 어딜 가든 쉽지 않은 일이고 기왕이면 조금 힘들고 어렵지만 나에게 좀 더 넓은 진로를 보장해줄 수 있는 그런 공부를 하는게 맞는 것 같다. 그리고 여길 어떻게든 졸업하고 나면 어딜 가든 공부하는 것 때문에 더이상 문제가 될 것 같지는 않다. (뭐 전문의 과정까지 한다면 모르겠지만..ㅋㅋ) 어쨋든 고등학교 때부터 항상 느끼는 교훈이 바로 그것이다. 공부는 머리로도 하지만 엉덩이로도 하는 거라고.
낮잠을 거의 4시간 가까이 잤지만 다시 졸려온다. 아무래도 이틀 연속으로 밤을 샌 후유증인가 보다. 녹차 한 잔 마시고 정신 차리고 케미 최소한 한 문제라도 더 보고 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