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 시즌 윈터리그
2007. 12. 07
삼성 올스타 (상대) Vs LG 올스타 (나)
결과: LG 승 (3:2)
승리 투수: 전승남 (1승 0패 2홀드)
패전 투수: 배영수 (18승 9패)
세이브: 우규민 (1승 0패 3세이브)

[#M_more..|less..|시험기간 임에도 불구,
잠시 짬을 내서 마구마구의 리그에 참여하였다. (중독이다, 이거)
근 한달 전 있었던 대거 레어 선수들의 영입으로 내 팀, 그러니까 한영외고_불어과 는 아마 채널에는 접속하기가 좀 까다로워진 상태이다. 레어 카드가 투타 주전 벤치 모두 합해서 4명까지 허용되는데, 94 이상훈의 뒤늦은 합류로 00 이병규, 05 박용택, 02 김재현, 94 김태원까지 합한다면 5명이 되는 것이다. 그렇다고 이상훈을 다시 밑으로 내려보내자니 기록 삭제가 걸리고.. (이미 1승을 올린 상태)
하는 수 없이 자유 채널로 들어가서 나와 레벨이 비슷한 사람들과 하는게 최근의 플레이 패턴이었다. 카드에 제한이 없는 채널인지라 상대는 늘 무지막지한 세트덱을 들고 나오기 마련인데, 오늘의 경기도 마찬가지였다. 레벨은 비록 아마A로 나랑 같았지만 무려 삼성 올스타 였던 것이다. 상대의 로스터를 알기 전에도 긴장했었는데 게임에 들어가니 점입 가경이다. 장효조, 김성래, 최익성, 이만수, 이승엽, 심정수, 김한수 (레어 카드만 나열해도 이정도였다) 등이 타선을 상대하기 정말 껄끄럽게 만들었다. 그리고 내 머릿 속에서 울려나온 한마디.
“졌다..”
볼 하나 까딱 잘못 던졌다간 바로 홈런을 맞을 판이었다. 하필이면 우리 팀 선발은 07 박명환. 포심, 슬라이더, 체인지업, 포크 뭐든 잘던지는 팔방 미인인 투수였지만 문제는 컨트롤이었다. 07 박명환의 능력치는 얕은 깊이의 우물들과도 같았다. 체력 중, 컨트롤 중, 포심 중, 슬라이더 중, 체인지업 하, 포크 하. 실투 나긴 딱 좋은 환경이었다.
시험공부에 의한 피로로 쉽게 집중할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긴장해야만 했다. 불행 중 다행으로 상대편 투수는 김시진 같은 특급 투수는 아니었다. 03 배영수. 구질이 그렇게 화려한 편은 아닌, 스페셜 좌완 투수였다. 잘 쳐내고 그 점수를 지킨다면 승산은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경기는 시작되었다.
1회부터 3회까지는 아직 양 팀 다 타선이 본격적으로 가동되지 않은 상태였다. 내가 애용 (사용빈도가 거의 십중팔구니 애용정도가 아닌가?) 하는 몸쪽 혹은 바깥쪽으로 꽉차는 슬라이더로 컨택보다는 파워쪽의 비중이 높은 삼성 타자들을 맞춰 잡아냈고, 상대방도 주요 타자는 왼손 일색인 우리 타선을 상대로 맞춰 잡기 위주로 나왔다. 근근히 한두번 각자 안타를 때려댔지만 후속타가 나오지 않아서 어느새 3 아웃이 채워지고, 공수 교대가 되기를 반복했다.
그러다가 찬스가 온 것은 4회 초. 타선이 한바퀴 돈 뒤 1번 타자 유지현이 내야 땅볼로 물러난 상황이었다. 2번 타자 이종열의 차례. 상대적으로 낮은 능력치에 비해 스위치 히터라 3할 7푼대의 높은 타율을 기록하고 있는 이종열이었기에 스트라이크 존 안으로 들어온 투수의 공을 가볍게 쳐냈고 1루타를 기록했다. 그리고 이어서 타석으로 들어선 3번 이병규. 대한민국 최고의 좌타자이자 배드볼 히터 라는 해설에 걸맞게 어떠한 상황에서든 안타를 쳐내는 우리 팀의 명실상부한 최고 타자였다. 득점 찬스가 온 것이다.
상대방도 이병규의 네임 밸류와 3할대 타율을 의식한 것인지 조심스런 승부를 하기 시작했다. 초구는 바깥쪽으로 낮게 들어오는 커브. 볼이었다. 스트라이크 존 안쪽으로 들어오던 빠른 변화구가 느려지기 시작한 것이었다. 순간 머리 속을 스쳐간 한 단어가 있었다. 도루. 이종열의 다리는 “중”이라 나올 정도의 스피드였다. 상대방 포수도 조인성 같이 스로잉이 높은 포수가 아닌 이만수였다. 해볼만 했다.
곧이어 2구가 들어옴과 동시에 주자는 달리기 시작했다. 낮게 들어오는 볼이었다. 그런데 패턴이 이상했다. 변화구처럼 휘는 것이 아니라 밋밋하게 그냥 들어오는 것이었다. 느릿한 직구였던 것이다. 순간 낭패를 봤다는 기분이 들었지만 이미 주잔느 도루를 시작한 상태. 열심히 달리기 키를 눌렀다. 스트라이크가 선언되었고, 약간 늦은 타이밍의 송구가 이루어졌다. 볼이 다이아몬드의 한 가운데를 갈랐다. 주자는 2루에 몸을 날렸다.
“세이프!”
면죄부와도 같은 심판의 판정이 떨어지고 1루 주자는 2루 주자가 되었다. 이제 안타만 치면 되는 상황이었다. 또다시 투수가 던진 볼은 높에 들어오는 투심 패스트 볼. 스트라이크 존으로 들어왔지만 미처 치지 못했다. 괜찮았다. 덕분에 다음번 공도 높게 들어오리란 예측을 할 수 있었다. 카운트는 2 스트라이크 1 볼. 투수는 분명, 유인구에 가까운 스트라이크로 승부할 것이다. 그리고 제 4구가 들어오는 순간, 나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따악-“
약간 높은 슬라이더가 스트라이크 존 바깥쪽으로 꽉차게 들어오는 것을 그대로 이병규는 끌어당겨 쳐냈다. 1루수 이승엽의 키는 일찌감치 넘기고 우익수 장효조가 잡을 수 없는 위치로 날아갔다. 볼이 외야를 가르는 것과 동시에 주자도 2루에서 달리기 시작했다. 볼과 주자의 목적지는 정 반대였지만, 의미는 하나였다. 선취점을 뽑는 것이다.
이병규가 1루를 밟고 이종열이 3루를 돌아 홈으로 향하기 시작할 때 타구를 수습한 우익수가 힘껏 홈으로 던졌다. 하지만 이미 늦은 상태였다. 가속도를 받은 주자의 발은 빨랐고 슬라이딩 없이도 이종열은 무사히 홈을 밟을 수 있었다. 득점이었다. 1:0. LG가 이 게임의 첫 득점을 올린 것이다.
이를 시작으로 양 팀의 타석이 불을 뿜기 시작했다. 박명환의 실투를 그대로 받아쳐낸 이만수의 홈런을 시작으로 동점을 만든 삼성은 LG를 추격하기 시작했고, LG는 또 한 점을 달아났지만 삼성은 그런 LG를 또 추격했다. 1-2루 상황, 2루, 3루, 상황이 계속 되었지만 삼성의 배영수는 LG의 추가 득점을 막아냈고 LG는 계투로 올라온 전승남이 1 실점에도 불구하고 강한 삼성 타자들을 상대로 호투하고 있었다. 하지만 8회 초 LG가 한발짝 앞서는 데 성공했고 스코어는 3:2. 삼성의 중심타선을 맞아 좌완 스페셜리스트 류택현이 등판해서 이승엽 등을 타석에서 돌려 세웠다. 점점 승리가 다가오고 있었다.
9회 초 LG 타자들이 삼자 범퇴로 물러난 뒤 올라온 삼성 타자들을 상대하게 된 것은 LG의 대표 신세대 클로져, 우규민이었다. 비록 실제 경기에서는 “불규민”이라 불릴 정도로 블론 세이브를 자주 기록한 오명을 가지고 있는 선수였지만 마구마구 내에서 구질은 라이징 패스트볼, 써클 체인지업, 슬라이더, 싱커 등으로 다양해서 이미 2 세이브를 기록하고 있었다. (이겨본 역사가 별로 없는 우리 팀에서는 많은 편이다)
우규민은 첫 타자였던 심정수를 몸쪽 빠른 라이징 패스트볼로 잡아내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다음 타자가 문제였다. 김한수가 안타를 친 것이다. 1사에 1루. 어찌 보면 그리 큰 위기는 아니었다. 하지만, 다음 타자가 타석으로 들어섰을때, 승리를 위한 집념과 상대 타자가 2002년 한국 시리즈에서 LG를 상대로 끝내기 홈런을 뽑아낸 마해영이란 사실이 중압감으로 되돌아왔다. 그리고 그런 압력은 실투라는 형태로 나타났다.
“퍼억.”
몸 쪽으로 깊게 싱커를 던지던 우규민의 손에서 볼이 빠져나와 타자를 맞춰버린 것이다. 이미 배영수가 데드볼을 두개 기록한 상황에서 양팀 다 데드볼을 기록하게 된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 상황은 달랐다. 삼성의 선발은 병살타를 잡기 위한 조건을 만들기 위해서 일부러 데드볼을 던진 것이었지만 난 실투를 한 것이었다. 또다시 중압감이 몰려들었다.
1사에 1-2루. 안타 하나라도 잘못 맞으면 게임 끝이 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우규민의 구질 선택도 안전한 것 위주였다. 빠른 몸쪽 직구로 심정수를 돌려세웠지만 이번엔 안타 하나도 용납될 수 없었다. 그리고, 조심스레 써글 체인지업을 타자의 몸쪽으로 던진 순간, 양손으로 쥐어진 타자의 배트가 포수 앞쪽으로 수평선을 그으며 볼을 맞췄다. 번트였다.
“어어, 어?!”
기습 번트에 내가 어찌할 줄 몰라 하는 사이, 투수가 마운드에서 뛰어 내려오는 사이 주자들은 각각 2루와 3루로, 타자는 1루로 달리기 시작했다. 한참 헤매다가 송구했을때 이미 늦었다. 주자들은 모두 안전하게 2루와 3루를 밟은 상황이었고 심지어 타자 마저도 1루에서 아웃되지 않았던 것이다. 위기라고밖에 표현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다음에 타선에 오른 것은 장효조. 컨택트가 꽤 좋은 타자였기에 나는 어떻게든 정면승부를 피하기 위해 스트라이크 존 아래쪽으로 아주 낮게 써클 체인지업을 던졌다. 잘하면 내야땅볼, 안좋으면 홈런 식의 볼이었다. 그러나 타자의 자세는 순식간에 변하고 주자들이 달리기 시작했다. 스퀴즈 번트였다. 하지만 이번에 나는 당황하지 않았다. 투수가 마운드 앞으로 굴러온 볼을 잡아 홈으로 송구하여 홈으로 달리던 3루 주자가 포스아웃 되고, 바로 조인성이 묵직한 어깨로 1루를 눈앞에 두고 있던 주자의 머리 위로 볼을 던졌다.
“아웃!”
1루 심의 판정이 울려퍼지는 순간 나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겨우 끝났던 것이다. 하마터면 1사 만루의 위기 상황에서 실점할 수도 있었지만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게 대응한 덕택에 막아낸 것이다. 그리고 경기는 종료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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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E>>
이번 경기는 기존의 타선을 바꿔보려는 시도가 적중한 게임이었다.
기존 타순
1. 97 유지현 (SS)
2. 99 이종열 (2B)
3. 00 스미스 (DH) -> 이병규로 변경
4. 00 이병규 (CF) -> 서용빈
5. 94 서용빈 (1B) -> 스미스
6. 02 김재현 (RF)
7. 03 조인성 (C)
8. 94 한대화 (3B)
9. 05 박용택 (L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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