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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연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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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 골든벨>에 출연하게 된 건 정말 우연한 기회였었다.




월요일 아침, 여느때처럼 1교시 자습ㅡ선생님들의 직원 조회로 인한ㅡ을 끝내고 담임 선생님의 조회를 통해 여러 가지 공지사항들을 전달 받을 때, 선생님께서 지나가는 듯한 투로 한말씀 하셨다.




“아, 혹시 우리 반에 골든벨 나갈 학생 있나?”




정말 그때의 기분은 눈에 서광이 비추는 듯했다고 밖에 설명할 수가 없다. 평소에 퀴즈나 잡상식에 관해서라면 누구보다도 자신이 있다고 자부하고 있었고, 또한 골든베링라면 내가 평소에 열심히 시청하며 동경해왔던 프로그램이 아닌가. (그것도 형이 나갔다가 아쉽게 30번 대 초반에서 떨어지고, 댄스 공연은 통편집마저 당했던 단장의 골든벨ㅡ이 아니라) 게다가 학교 대표 자격으로 나가는 것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다른 친구들은 주저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음에도 눈치 보지 않고 손을 어깨가 빠질 듯이 높게 들었다. 저요, 저요!




나 외에는 아무도 골든벨을 나갈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두 눈으로 똑똑히 확인한 나는 의기양양해 있었다. 아, 선생님들께서는 내가 평소에 유식하게 (실은 유식한 척이지만) 말하는 것을 들으셨으니 당연히 내가 학교 대표로 뽑혀서 골든벨에 나가게 되겠지. 그리고, 좋은 서적을 거둬서 가문의 영광을 높이 세우고 또 대학갈 때 조금이라도 메리트를 받는거다. 라고 자뭇 의기양양해져 있었다.




하지만 2교시가 시작되기 직전 다시 교실에 올라오셔서 하신 말씀은 정말 충격적이었다.




“미안하다. 이미 지난 주 토요일날 마감된 거고, 대표 학생도 정해져있어.”


“….”




뒤통수를 뭔가로 얻어맞다 못해 나자빠지다가 이마가 바닥에 있던 돌맹이에 깨지는 느낌이었다. 한물 간 유행어로 당시 내 심정을 표현하면 ‘럴수 럴수 이럴수가’ 였다. 말도 안돼. 나는 꼭 나가야 했단 말이다. 이미 학교 밖 친구들에게도 나간다고 문자를 돌렸단 말이다. 그리고, 아까 친구들 앞에서 엄청 열심히 손을 들었는데 못나가게 되면 이건 대 망신이라고.




여기서 포기할 순 없었다. 나는 이를 부득부득 갈며 골든벨 출연에 관한 일을 맡아보고 계신다는 생활특활부 부장이신 현상곤 선생님께 달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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